계(단)모임

김다예, 이주원, 전기원, 최수연

점차 1인 가구의 비중이 늘어나고 개인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지속 가능한 마을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개념의 커뮤니티가 필요하다. 전통적인 개념의 마을이란 정해진 영역 내에서 고정된 주민들 사이에 만들어진 닫힌 커뮤니티에 가까우며, 현재 도시 내에서도 폐쇄적인 주민 모임이나 아파트 둘레로 높게 쳐진 담장 등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갈수록 탈전통화하며 개인화되는 현대 도시에서 ‘마을’로 인식되는 공간적 범위는 개인마다 다르고 계속 변화하므로, 마을이라는 커뮤니티를 하나의 고정된 단위체로 규정하는 것은 더이상 유효한 방식이라 볼 수 없다. ‘마을’에 대한 이전의 해석에서 탈피해 집단보다는 개인에 초점을 맞추어 볼 때, 도시적 커뮤니티는 개인의 영역들이 중첩되는 곳에서 발생한다. 개인의 삶의 방식이 다양해짐에 따라 커뮤니티에 대한 수요도 다양한 형태로 생겨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커뮤니티를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적 기반이 필요하다.

도시에서의 커뮤니티가 여러 개인들의 수요가 모여 생긴다는 것을 고려할 때 새로운 공공공간은 건물 단위의 큰 시설보다는 여러 규모로 쪼개져 주민들의 생활권 내 곳곳에 분산된 생활밀착형 시설로 존재해야 한다. 이런 시설들을 도시 속에 퍼뜨리기 위해 활용되지 않고 있는 공간들을 재사용하는 전략을 제안한다. 이때 중심적으로 쓰일 수 있는 요소가 수직동선으로, 모든 건물에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공간임에도 실질적으로 쓰이는 시간이 매우 짧고 통과 목적으로만 사용되고 있다. 수직동선 내부에 다양한 공간적 변형을 통해 머무를 수 있는 시설을 산발적으로 조성한다면 주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공공공간의 다양성은 고정된 용도의 단일 건물을 조성할 경우에 비할 바 없이 넓어진다. 완전한 사적 공간이 아닌 공용공간이라는 점과 일반적으로 길에 면하여 생겨난다는 수직동선의 특성 또한 도시의 외부공간과 연계될 가능성을 높인다.

수직동선 공공화는 현재 저층주거지 도시환경 개선 맥락에서 시행되고 있는 리모델링활성화사업, 건축협정, 가꿈주택, 그린파킹 등 각종 도시재생사업들과 연계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건축협정 과정에서 두 건물이 코어를 공유하는 형태로 계획하고, 건물 내 수직동선을 공공에 제공한다면 내부 공용공간을 공공이 유지·보수하고, 주민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등의 추가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수직동선 공공화를 유도할 수 있다. 사업의 주 타겟은 일정한 구조의 반복적인 계단실을 가진, 혹은 필요로 하는 다세대 건물들이지만 단독주택이나 다가구주택에서도 그린파킹·가꿈주택 사업 등의 가로환경 정비와 연계하여 옥상까지 주민들의 공유공간으로 사용하는 등 다양한 사업 적용이 가능할 것이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고 어디에나 존재하는 새로운 커뮤니티 공간이 만들어진다면 개인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타인과 상호작용을 주고받으며 스스로에게 필요한 커뮤니티를 형성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주체적이고 자생적으로 유지되는 다양한 규모의 도시 내 공동체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