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사용 설명서

‘자율적 교육은 교사가 학생을 위해 행하는 것이 아니며, 학생들이 자신을 위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Shor 1992:20)

새로운 교육의 필요를 말하는 목소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높아져 왔지만, 우리나라의 중, 고등학교 교육은 여전히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못하는 주입식 교육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자유학기제와 같은 참여형 정책을 시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떤 것을 배워야 할지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치지 않은 채로 시행하는 이 같은 정책이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기는 힘들 것입니다.

미래의 교육은 모두가 이야기하지만, 아직 달성하지 못한 자율적 교육입니다. 자율적 교육을 위한 물리적 공간은 주체적인 사고를 끌어내는 도구가 되어야 합니다. 학생들은 이 도구를 통해 학교를 사용하는 방법을 배우게 됩니다.

기존의 참여형 교육공간

학교를 설계하는 많은 건축가는 기존의 20세기형 중, 고등학교 공간의 대안으로써 학생참여 디자인과 공용공간 확보 등을 제안합니다. 이러한 사례는 물리적인 환경을 개선하고 다양한 사용 행태를 의도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공간 제안이 자율적 교육 방식으로의 변화를 반영하는지, 혹은 이끌어내고 있는지는 다소 의심스럽습니다. 여전히 학생 개개인이 공간에 개입하기는 어렵고, 실질적 교육공간은 기존의 학교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미래의 교육공간

새로운 교육공간은 학생들의 선택에 따라 변화해야 합니다. 학생 한명 한명은 학교를 어떻게 사용할지 선택하면서 교육에 대한 의견을 형성합니다. 또한 개인에서 시작하여 또래, 한 반, 학년 전체, 학교 전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규모의 여론이 공간에 반영되어야 합니다. 다양한 규모의 커뮤니티는 개인의 선택만으로는 만들기 어려운 공간적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으며, 학생들은 이 과정에서 여러 규모의 공동체와 정치적 의사소통을 경험하게 됩니다.

조합할 수 있는 1인용 가구

새로운 교육공간을 위해 저희는 조합할 수 있는 1인용 가구를 제안합니다. 가구는 기존 공간구조를 크게 바꾸지 않으면서도 개인의 의견을 잘 반영합니다. 우선 1인용 가구이기 때문에 각자가 원하는 방식대로 자신의 가구를 사용하는 것에서 공간 계획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를 벽, 계단 등의 건축적 요소의 규모로 조합할 수 있도록 하면 여럿이서 더 큰 공간을 계획하는 기반이 될 수 있습니다. 가구의 조합 과정에서 학생들이 의견을 나누고 공동의 목표를 형성하는 과정이 시각적으로 드러납니다.

자유학기제와 연계

현재 전국 중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는 자유학기제는 대부분 오전 시간에는 교과 활동, 오후에는 자유 학기 활동을 하고, 방과 후 활동은 자유 학기 활동과 연계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이 프로젝트에서 제시하는 1인용 가구를 자유학기제 시스템에 도입한다면 더 적극적이고 자율적인 활동이 가능해집니다. 예를 들어 함께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이 일정 명수 이상 모이면 언제 어디서든 가구를 조합해 일시적인 교실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때 교실 내로 한정되었던 수업공간은 복도, 로비, 운동장 혹은 교문 밖 지역사회까지 확장되며, 학생들이 직접 자신의 시간표를 편성하고 조정하면서 시간적 제약도 사라지게 됩니다.

애플리케이션 활용

어느 때보다 온라인 네트워킹에 익숙한 세대의 학교 교육에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은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합니다. 웹페이지와 애플리케이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학생들이 원하는 수업을 만들거나, 홍보를 통해 사람들을 모으는 식으로 개인의 수요를 반영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교사는 지식 습득의 경로를 안내해줄 뿐 아니라, 서로 다른 관심 분야를 가진 학생들끼리 교류하도록 하여 상승작용을 끌어낼 수 있습니다.

나가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