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너무 공간적이야

Q. 요즘 사람들은 의사소통을 어떻게 인식할까요? 디지털 시대를 맞이한 지금, 물리적인 상호작용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압축된 시간과 공간, 과다정보와 소셜네트워크의 시대에 의사소통은 공간적인 성질을 잃어버린 걸까요? 건축은 어떻게 사람들의 상호작용을 유발할 수 있을까요? 이 공모전의 과제는 의사소통을 위한 이상적인 ‘방’을 만드는 것입니다. 상호작용이 더이상 손에 잡히지 않는 세계에 물리적인 공간을 만들어 보세요. 건축이 어떻게 의사소통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보여주세요.

이 프로젝트는 사람들의 의사소통을 위한 공간에 대한 고민입니다. 저희는 의사소통을 유발하는 공간을 디자인하기보다, 의사소통이 곧 공간이 되는 방법을 제시하기로 하였습니다.

사람의 신체는 그 자체로 공간적입니다. 사람이 몸을 움직여 만든 동작과 행위는 각각의 공간을 차지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육체가 만드는 부피감은 너무 익숙하기 때문에 특별한 계기 없이는 인지되기 힘듭니다. 찬장에 머리를 부딪치거나 새로 고른 옷이 몸에 맞지 않을 때, 꽉 찬 엘리베이터에 몸을 구겨 넣을 때 우리는 비로소 외부 세계와 구분되는 신체의 영역을 알아차립니다.

저희는 이런 인지를 통해 신체가 공간을 구축할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는 간단한 놀이를 제안합니다. 바로 ‘이불속에 들어가기’ 입니다. 넓게 펼쳐진 이불 속에 한 사람이 들어가면 몸을 덮은 이불과 함께 신체의 영역이 느껴집니다. 팔과 몸통 사이나 이불이 드리워진 아랫부분은 공간이 남습니다. 두 명이 이불을 덮으면 두 사람 사이의 공간이 드러납니다. 두 사람이 자세를 바꾸면 사이의 공간도 바뀝니다. 서로의 몸짓을 통해 공간을 가지고 놀 수 있습니다. 여러 명이면 더 재밌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다양한 공간을 이불을 통해 인지합니다. 사람들 간의 몸짓은 이 소통의 공간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습니다. 신체는 구조가 되고 이불은 외피가 되어 건축물을 이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