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나코 (2008-2029)

미래의 동물원은 어때야 할까요? 이 프로젝트는 그 질문에 대한 저희의 답입니다. 동물원이 어떤 방식으로 변화하든 동물원의 동물들은 인간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새로운 동물원을 제안하는 대신 동물원을 없애면서 동물을 가두기 위해 닫혀있던 동물원을 동물들의 묘지이자 공공의 공원으로 자연스럽게 바꾸어나가는 방법을 제안하기로 했습니다.

공원이 될 동물원은 세 가지 특징을 지닙니다.

동물원의 동물들에 대한 책임을 다합니다.

철창 속의 동물은 이미 야생성을 잃었습니다. 이 상태에서 그들을 자연으로 방류하는 것도 무책임한 행동일 뿐입니다. 따라서 새로운 동물원은 연구와 관찰을 빙자한 위계질서를 유지하는 대신 가둬진 채 자라온 동물들의 권리를 최대한 보장합니다.

우선, 동물을 관람의 대상으로 삼는 모든 행위를 중단합니다. 사람들은 더는 동물들을 구경할 수 없습니다. 동물원에 살는 동물들의 수명은 짧게는 10년, 길게는 100년에 이릅니다. 남은 생애 동안 그들의 우리는 최대한 본래의 서식지와 유사한 환경으로 조성됩니다. 숨을 거둔 동물들은 각자의 울타리 안에 묻힙니다. 묘지가 된 인공 서식지는 죽은 동물의 생활 환경을 설명해줍니다.

도시민에게 새로운 공공공간을 제공합니다.

동물원은 다양한 인공 서식지가 나열된 독특한 외부공간입니다. 넓은 외부공간이면서 도시의 다른 어떤 공간과도 다른 동물원을 점차 공원화하여 공공공간의 다양성을 확보합니다.

모든 동물이 다 묻힌 우리부터 공원이 됩니다. 온전한 묘지가 된 우리의 울타리를 따라 도시와 연결된 걷기 좋은 해자를 팝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얕고 넓은 해자를 파서 도시와 동물원의 경계를 흐리게 만듭니다. 처음 파는 해자는 사람들의 시야를 차단할 정도로 깊고 한 사람만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좁습니다. 더 많은 우리를 개방하면서 새롭게 생겨나는 해자의 깊이는 점차 눈, 어깨, 허리, 무릎 높이까지 얕아지고, 너비는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걸을 수 있도록 넓어집니다. 사람들은 이제 해자에 걸터앉거나, 경계를 뛰어넘을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는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를 수도 있고, 벼룩시장이 열릴 수도 있습니다. 생겨난 시기에 따라 각각 다른 해자의 형태는 훗날 사람들이 이곳에 살았던 동물의 마지막 순간이 언제인지 추측할 수 있도록 하는 흔적으로 남습니다.

인간과 동물의 새로운 관계를 설정합니다.

동물원의 기능이 제거된 채 묘지로 변한 새장, 돌고래쇼장, 오랑우탄 정글짐과 관람객 동선은 지난날의 위계적 질서를 기록하고 동물들의 희생을 기리는 장소가 됩니다.

사람들은 해자를 통해 도시로부터 동물원 안으로, 예전에는 관람객들이 걷던 땅으로, 다시 비석과 같은 문을 통과해 우리 안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동물원이 있던 자리에 남겨지는 것은 동물을 위한 묘지이자 사람들을 위한 공원입니다. 사람들은 동물들 대신 스스로가 가득한 우리를 바라보게 됩니다.